치솟는 물가, 럭셔리와 가성비의 사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외식비와 호텔 뷔페·숙박비, 케이크 값 등이 치솟으면서 소비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연말을 앞두고 해외여행, 호텔뷔페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 여행업체들은 프리미엄 상품을 쏟아내는 추세다. 홈쇼핑 CJ온스타일은 현대투어존과 함께 1인당 540만원대의 크루즈여행 상품을 판매한 결과 10개월 동안 21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해당 상품은 대형 크루즈를 타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뷔페 식사, 선상 공연, 마사지 등을 즐기는 호화 여행 상품이다.
CJ온스타일은 해당 상품에 관한 상담 전화가 2만5000여건이었고, 방송당 평균 매출이 10억원 이상으로 일반 여행 패키지 방송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많았다고 설명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경험 가치에 중점을 두고, 단순히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프리미엄급 여행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그중에서도 인생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크루즈 여행 상품이 높은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1000만원대가 넘는 하나투어의 하이엔드 맞춤여행 ‘제우스월드’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502% 늘었다. 모두투어 역시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이 전체 패키지의 3분의1 수준까지 늘었다. 팬데믹 발생 전과 비교하면 3배 증가했다.
호텔 뷔페는 대표 연말 모임 장소다. 서울 유명 호텔의 연말 뷔페 가격은 20만원대 이상이다. 서울신라호텔 뷔페 ‘더 파크뷰’가격은 최고 21만5000원(성인 기준)으로 자녀를 동반한 4인 가족이 한 끼 식사를 하려면 70만원가량이 든다. 그런데도 12월 한 달간 주말 예약은 이미 끝났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30만원을 돌파했다. 서울신라호텔은 겨울 트러플과 프랑스 디저트 와인 샤또 디켐을 사용한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 케이크를 30만 원에 시즌 한정으로 판매한다.
반면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들 출시도 늘고 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19일까지 크리스마스 케이크 신제품을 공개하고 구매 고객을 신청 받는다. 앱(애플리케이션)과 해피오더, 배달의민족, 요기요, 땡겨요 앱 등을 통해 예약하면 20∼3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도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 케이크를 출시했다.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위글위글’과 협업해 ‘메리 위글위글 크리스마스’ 콘셉트로 시즌 제품을 선보인다. 뚜레쥬르는 내달 19일까지 자사 앱에서 위글위글 협업 케이크·굿즈·파티용품 등 25종에 대해 최대 20%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문화는 복합적이다. 일상 먹거리나 용품의 경우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연말 등과 같은 특수한 시즌에는 또 럭셔리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구하고 싶은 것이 소비자 마음”이라며 “여행이나 호텔 등의 제품은 고가에, 편의점 제품은 가성비를 내세우는 것도 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명품이나 호텔 디저트, 호캉스, 오마카세와 같은 프리미엄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다른 한쪽에서는 다이소나 유통업체에서 만든 PB상품과 같은 가성비 상품, 편의점도시락을 먹으며, 무지출챌린지와 같은 가성비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제품도 양극화된 것을 볼 수 있는데,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호텔케이크 30만원도 있고, 마트 케이크로 1만원도 이하의 케이크도 있고,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와인도 30만원대나 1만원대로 양극화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두 가지를 모두 즐기는 사람이 나왔는데, 이들을 앰비슈머(양면성Ambivalent + 소비자 Consumer)라 부른다. 돈을 아낄 만한 부분을 꼼꼼히 따져서 쓸데없는 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그렇게 아낀 돈을 모아 큰 돈이 들어가는 경험을 한 번씩 소비하는 것이다. 평소 생활할 때 필요한 일상용품은 중고거래나 가성비 제품으로 해결하고, 이렇게 모은 돈으로 명품을 사거나 해외여행을 가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건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돈을 모아 그 돈으로 여행을 가는 것. 나와 같은 소비형태를 말하는 거라면, 앞으로도 이런 소비 형태는 계속해서 늘어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