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있었다. 한 명이 불륜을 저질렀고, 불륜을 저지른 자가 이혼을 원했다.
하지만, 다른 한 명이 이혼을 원하지 않아 이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 우리나라는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유책주의에 따라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기사를 보다가 유책이 있는 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파탄주의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왜 파탄주의가 아닌 유책주의가 유지되어야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유책주의 (有責主意)
-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자(유책)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제도
- 부정을 저지른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엄격하게 제한해 가정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한 것
유책주의는 배우자가 동거·부양·정조 등 혼인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저질러 이혼 사유가 명백하면 상대 배우자에게만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부정을 저지른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엄격하게 제한해 가정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1965년 9월 혼인생활을 파탄 낸 책임이 있는 남편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유책주의를 채택한 최초의 판례였다. 이 판례 이후 법원은 유책주의 입장을 유지해 왔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지를 떠나 현실적으로 혼인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면 이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파탄주의를 적용하자는 움직임이 계속돼 왔다. 이에 대법원은 유책주의 원칙하에서 예외적으로 파탄주의 적용 범위를 점차 늘려왔다.
한편 대법원은 2015년 9월 15일 '바람을 피우는 등 결혼 생활을 깬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며 유책주의에 대한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관 13명 가운데 6명은 결혼 생활이 이미 파탄났다면 실체 없는 혼인 관계를 해소하는 게 맞다는 반대 의견을 내면서,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파탄주의 (破綻主意)
- 혼인관계가 사실상 회복될 수 없을 만큼 파탄났다면 어느 배우자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고 이혼을 허용하는 제도
즉, 이혼 책임이 없는 배우자가 혼인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로 버티는 것이 확연히 드러날 경우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도 예외적으로 받아주는 것이다. 파탄주의는 서로 책임을 묻기 위해 상호 비난하는 가운데 부부 사이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혼인관계를 법률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미국·영국(1969년), 프랑스(1975년), 독일(1976년), 일본(1985년) 등에서는 이혼에 있어 파탄주의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69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1985년 모든 주에서 파탄주의를 도입했는데 부부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났거나, 일정기간 별거하면 이혼을 허용하는 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일본은 1987년 몇 가지 조건하에서 유책배우자가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며 제한적 파탄주의를 채택했다. 독일이나 영국으니 파탄주의를 인정하면서도 가혹조항을 택하고 있어 상대방에게 재정적 고통을 주거나 자녀의 이익을 위해 혼인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이혼을 제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혼인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만큼 파탄났다면 이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가 있고, 다른 한 명이 경제적인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경우에서 바로 이혼이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
아이를 가질 때 맞벌이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듯이 외벌이로 있을 때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 불륜을 저지르는 경우가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돈 때문에, 자식 때문에 이혼하지 못한다는 말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유책주의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둘다 불행한 결과라면 유책배우자에게 재정적 고통을 정확하게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불륜남녀가 행복해지는 건 말이 안되니까.